수중 촬영과 양심

발리 툴람벤 침몰선 포인트에는 핑크색과 노란색 피그미 해마가 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 동안 수백번은 다이빙 했던 곳이니 어느 산호에 붙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별로 찍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 엄마도 가끔 물어보곤 하는데 내 대답은 “불쌍해서…”였다.

침몰선 포인트에 다이버가 많이 몰리는 시간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 온 다이버들이 이 피그미를 보려고 또 촬영하려고 물속에서 줄을 서는 정도가 되는것을 종종 보았다. 피그미 해마는 빛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그 많은 다이빙 라이트와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아야 하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일까? 거기다가 다이브 가이드들이 좋은 각도로 촬영을 위해 해마를 탐침봉으로 건드리거나 산호를 이리 저리 만지는 경우도 자주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바다나리를 건드리지 않고 촬영 해본 clingfish)
그동안 원하는 각도와 배경을 위해 누디 브렌치를 만지고 옮기고 하는 일도 적지 않게 보았고 바다나리에 공생하는 작은 생물을 촬영하기 위해 바다나리를 완전히 분해하는 경우도 보았다. 다이버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무지한 행동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사진의 너무나 예뻤던 누디는 반대편이 막혀 있던 상황이어서 있던 그대로 뒷모습만 찍었다).

자기 찍을것 다 찍었다고 피사체의 위로 그냥 지나가면서 아무 생각없이 핀킥을 해 버려 누디 브렌치를 모래 바람과 함께 날려버리는 다이버도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다른곳으로 이동할 때에도 최소 1~2미터 이상 뒤로 물러나서 이동하거나 상승하여 프로그 킥하는 방법등을 사용하여 피사체를 보호하고 다른 다이버(촬영가)를 배려하자.

물속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다이버로서 완벽한 부력 조절은 필수이고 거기에 이런 막대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더욱 좋다.
http://farm1.static.flickr.com/111/290994542_e813fe6a6b.jpg

사용자 삽입 이미지말이 나온김에 탐침봉(보통 이것을 한국에서는 탐침봉이라고 부르는데 어감이 그리 좋지 않다. 그냥 막대기라고 하든지 영어로 muck stick 이라고 하면 좋겠다. 혹시 더 좋은 단어 없을까요?) 사용법에 관해서 좀 더 적어본다.
수중 촬영시에 필수품인 이것은 아무것이나 함부로 찔러보고 건드리거나 폼으로 가져가는게 아니다. 물론 피사체를 찾기 위에 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내에서 연산호나 바다나리등을 살짝 건드리는 것은 괜찮을 수 있으나 더 중요한 용도는 다음과 같다.

1. 핀킥으로는 할 수 없는 어려운 자세나 움직임을 이것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쉽게 해낼 수 있다. 특히 직벽 다이빙시에 피사체의 위치에 따라 아주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다.
2. 촬영할 때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거나 카메라 흔들림을 없애기 위한 모노 포드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3. 촬영후에 다른 다이버에게 피사체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거나 뒤로 물러날때 사용한다.
4. 탐침봉 사용시에는 돌처럼 단단한곳이나 죽은 산호등을 이용해서 멀쩡한 산호가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하고 사용하지 않을때는 바닥을 긁고 다니지 않도록 주의한다.
5. 수중 촬영을 전문으로 한다면 2~3가지 길이의 막대기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나는 오버헹(overhang)이 많은 직벽 다이빙의 경우에는 짧은 것을 그리고 완만한 모래 바닥인 경우에는 긴것을 가져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촬영하는 자신은 물론이고 다이브 가이드가 비 양심적인 행위를 하면 말리자.
촬영하고자 하는 생물이 너무 많은 플레쉬 세례로 인해 스트레스 받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촬영을 포기할줄도 알고 좋은 각도와 배경, 장면을 위해 피사체를 옮기거나 몰거나 먹이를 주거나 하는 행동은 절대 자제하자.

더 멋진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이로운 순간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기쁨이 다이빙과 수중 촬영을 계속 하는 이유가 된다.

5 thoughts on “수중 촬영과 양심”

  1. ‘떠서 찍을 수 없다면,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다. 찍으려 해서도 안된다.’ 라고 배웠습니다.

    정말 머리가 아파지더군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흉내는 내는데, 너무 어렵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말씀하신 양심문제를 일으킨 적이 많았습니다. 좀더 나아지긴 했지만, 결국 많은 제약을 가지게 되었죠.

    아직도 고민합니다. 바위위에서 커런트와 싸우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떠서 찍으려하고, 그러다 보니 사진의 폭이 좋을 수가 없게되었습니다. 잘못 배운것인지 저도 헛갈려요.

    그나저나, 너무 좋은 주제입니다.

  2.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 주저리 써놓고 보니 부끄럽습니다. 저는 아직 배워야 할것이 너무 많고 매번 물에 들어갈때 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후회도 하고 그럽니다.

    1. 그게 다이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라는 것이구요.

      제가 다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시고, 이렇게 공개하시니 저에게까지 배움의 즐거움이 전해집니다.

      고맙습니다.

  3.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
    저도 사진 찍는 분들 중에 누디를 이리저리 옮긴다던지 숨어있는 애들을 탐침봉이나 손으로 꺼낸다던지 하는 분들을 봤는데 보기 좋진 않더군요;;
    전에 동해에서 물고기 사냥하는 분들이랑 다이빙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요. 작살에 물고기가 죽는 모습을 처음 봐서.. 놀래서 울어버렸었는데 올라와서 그 분들 하시는 말씀이 사진 찍는다는 사람들은 에코다이버인줄 아느냐, 사진찍는 사람 중에 멋진 산호가 있으면 혼자만 찍으려고 사진 찍고 부숴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말씀을하셔서 부끄러웠습니다.
    저만 해도 카메라 사고 나서는 사진 찍는데 정신이 팔려서 뒤에 있던 산호를 부러뜨려본 적도 있고.. ㅠㅠ 최대한 조심하려고 하는데 넘 어려워요 >.<

  4. 이번에 저 아닐라오가서 완전 대대 실망을 했어요..
    현지가이드들도 너무 함부러 만지고 다 부셔서 끄집어내고,
    한국에서오신 모사진찍는 분은 저를 부르더니 회초리 산호를 수십번을 손으로 훌터서? 고비두마리를 마주 보도록해주더군여..
    다 그런거였던듯..
    꽤 사진 잘찍는 분이었는데…다 그런식으로만 찍는단 느낌과 마크로에대한 이상한 사진찍는 분들에 집착과 인위적인 그림만들기에 너무 실망해서
    정말 카메라 가지고 들어가기도 싫었던 다이빙으로 기억…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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