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발리를 떠나야 한다니 맘이 급해진다. 작년 10월쯤인가 카메라 없이 보았던 만타와 몰라 몰라... 떠나기 전에 이 대물들을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빠당 바이에서 다이빙 오퍼레이터를 운영하는 독일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나 이번 주말에 누사 빼니다(만타, 몰라2 포인트)섬 가려고 하는데 출발하는 팀 있으면 전화 주3)".
맘 편하게 혼자 가면 좋을텐데 발리에서 스피트 보트로 1시간은 걸리는 그 섬까지 배를 빌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팀에 합류하는게 절약이다. 다행히 토요일에 빼니다 섬, 일요일에는 상어를 볼 수 있는 biaha, tepekong섬을 예약한 5명의 다이버가 있다고해서 토요일 오전 8시에 빠당 바이 항구 도착.
미지근한(?) 미소를 띄우며 다가오는 주인이 좀 수상스럽다 싶더만...
그: "오늘 가이드가 부족해... 한명 밖에 없거덩... 그 가이드가 3명 맡고 나머지 2명은 니가 좀 맡아라"
나: "허걱... 나 사진찍으로 가는건데 뭔 소리..."
그: "다 경험 많은 다이버니깐 그냥 입/출수 포인트랑 조류에 휩쓸려 없어지는지 어쩐지만 봐죠"
나: "....."
그: "니 오늘 배 기름값만 쫌 내. 내기 싫으면 안 내도 되고.."
나: "ok.."
아 쪼잔한 독일 녀석... 그냥 공짜로 해 준다고 시원스럽게 말하면 좋잖아... 쩝.
암튼 이렇게 해서 카메라는 물론이요 프랑스에서 온 젊은 부부까지 내가 책임져야 하는 무지막지한 task loading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주인장이 미리 얘들에게 귀끔을 해 주었는지 출발하기도 전에 너무나 고마워 하길래 물속에서 기념 사진도 몇장 찍어줬다.
아, 이제 본론으로...
누사 빼니다 만타 포인트. 열대 지방의 따끈한 바다 수온 (29~30도)를 상상하던 이들에게는 입수함과 동시에 충격과 경악, 그리도 곧 오한의 고통이 따르는 수온 20도. ㅋㅋㅋ
하지만 그 이유 (찬물)때문에 바로 이곳에 버스만한 만타들의 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즐거운 관람을 위해서는 꼭 두툼한 후드를 가지고 가길... 드라이 수트가 최고인데 발리로 드라이 수트 가져간다고 하면 아무래도 미쳤다는 소리 듣지 않을까?
입수후 20분 정도 지나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자 남자 다이버가 먼저 포기하려는 듯 출수 하겠다고 신호를 보낸다. 여자들이 추위에 잘 견딘다고 하는데 그게 정말인듯 싶다.
그러던 순간 엄청난 포스를 내뿜으며 나타난 검은색 만타.
사진 찍고 뒤돌아서 다이버들을 보니 이제 추위고 뭐고 다 잊은 모양인지 마스크 앞으로 눈이 꼭 튀어나오려는 듯 하다.
이 검은색 만타는 5~6번을 휭휭 돌다가 사라졌는데 아주 운좋게 내 머리위로 지나갔다.
꼬리가 살짝 돔 포트에 닿았다는... 저게 그냥 사진으로 봐서는 그냥 그런데.. 자동차 만한 저 녀석이 머리 10cm 위로 지나간다고 상상 해보면 대충 그 느낌이 어떤지 이해가 갈 것이다. 점보 제트기가 이륙할때 바로 그 밑에 서 있으면 딱 그 기분이 아닐까?
이어서 나타나는 흰색 만타들이 쇼의 흥을 더 해가자 아주 신나버린 다이버들...
두번째 포인트는 몰라 몰라들이 자주 출현하는 크리스탈 베이. 조류가 엄청나게 센 것이 배위에서 보일 정도 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홍콩 다이버 2명이 실종 되었다고 배들끼리 무선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중에 물어보니 다행히 1시간 정도 있다가 찾았다고 함).
크리스탈 베이와 블루 코너 포인트는 조류가 세어서 리프 훅을 사용하는게 편안한 관람(?)법이다. 리프 훅은 조류에 쓸려 가지 않도록 자신을 줄로 고정시키는 도구를 말하는데 튼튼한 줄에 대형 낚시 바늘이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낚시 바늘쪽을 바위 또는 죽은 리프에 걸고 한쪽은 bc에 고정한다. 솔직히 말해서 물속에서 보면 꼭 낚시줄에 걸려 있는 큰 고기들 같다는... ㅎㅎ
리프 훅(reef hook) 사용법을 얘들에게 간단하게 설명 해주고 입수.
그러나 아쉽게도 몰라 몰라는 나타나지 않아서 나에게 숙제를 남겨주었다.
오늘 만타 많이 본 것으로 만족.
다음날 일요일. 또 같은 얼굴들이라 아연 실색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가이드가 있단다.
사진 찍는것도 일인데 다른 다이버까지 봐줘야 한다는 것은 정말 끔직한 일이라는 걸 어제 알았다.
분위기가 아주 삼삼한 shark cave. 하지만 정작 중요한 상어가 없었다. ㅜㅜ
biaha섬의 가파른 reef wall. 바닥은 약 60미터, 사진 찍은 수심은 약 36m, 가이드가 본능적으로 빨랑 올라 오라고 난리치다가 포기하고 지 혼자 올라가고 있는 사진...
별로 찍을게 없었다. 차라리 마크로 렌즈 가져갈껄 하고 엄청 후회함.
두번째 포인트는 Tepekong섬. 대물들이 자주 출현하는 그 유명한 "The Canyon" 포인트가 있는 곳이다. 조류가 약간만 세어도 바위 틈사이 30~40미터 수심으로 빨려 들어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상황을 잘 봐야 한다. 참고로 발리 다이빙 오퍼레이터들이 이곳에 손님을 데리고 섬 반대편 쪽으로 가서 그 곳이 "The Canyon"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쪽은 상대적으로 조류가 약하고 안전하기 때문인데 큰 바위가 몇개 있을 뿐 별반 볼것이 없다.
선장과 가이드가 한참 고민하더니 일단 입수해서 상황을 보자고 한다. 순진한 이 프랑스 부부는 앞으로 어떤일이 있을지 잘 모르는지 아주 신이난 모양이다. The Canyon은 약 15~40미터 수심에 엄청난
크기의 바위들이 특이한 지형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대형 상어때(헤머 헤드와 가끔은 만타, 몰라몰라)가 자주 출현하는 곳이다. 입수후 바위쪽으로 접근할 때 까지만 해도 조류가
거의 없었는데 틈새로 들어가자 마자 갑자기 엄청난 조류가 바위들 밑으로 나를 곤두박질 치게 한다.
젋은 부부는 가이드가 금방 빼내갔는지 위를 올려다 보니 바위 틈사이로 어렴풋하게 다이버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게 그 유명한 "The Toilet" 인가?
그냥 센 조류하면 어느 정도일까 상상이 잘 안가는 사람도 있을텐데, 마스크가 벗겨져 날아가고 레귤레이터가 freeflow 하고 두손으로 어딘가에 매달려 있을 수 없는 정도를 말한다. 카메라를 온몸으로 껴안고 이리
저리 바위에 부딛히다 보니 이 조류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것이 아니라 일정한 리듬이 있음을 알았다. 빠져 나가는 방법은 그 리듬과 횟수에 맞춰 바위들 바깥쪽으로 조류가 흐를때 핀킥을 하면서 바위 틈새를 헤집고 나가면 된다. 어지간한 중급(?) 이상의 다이버들이 패닉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나름 재미난 상황이었다.
나와서 보니 수트가 찢어지고 무릅이 까져서 피가 베어 나온다. 가이드가 출수할꺼냐는 신호를 보내길래 속으로 "야.. 나 셔터
한번 안 눌렀는데 억울해서 어케 나가", 계속 가자는 신호를 주고 나서 "피 냄새가 나니깐 좀 큰 대물 상어가 나타나지 않을까?
오늘 작품 나오는거 아냐?" 이런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대형 상어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대신...
애기 엄마에게 나 오늘 상어 찍었다고 자랑하면서 보여준 사진.
마눌왈 "엄마는 어디가고 애기들만 있네?" ㅡㅡ;
몰라 몰라야 기달려라.
to be continue...